나의 나이 20세 대학교에 들어간 나이이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코로나로 인하여
반이 분반이 되어 다른 한 반의 총대 같은 역할을 맡은 뒤
그에 따른 수고비를 조금 받았는데
내 인생 대학교 간 뒤 처음 번 돈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의미 있게 집에 추석선물용으로 좋게 쓰기로 했다.
처음에 딱 떠오르는 것은 홍삼이었다.
이 시즌 되면 항상 현대백화점 정관장에서 세일을
하였기 때문에 홍삼 사 가야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저런,,
사촌 언니에게서 홍삼을 사간다는 카톡을 받았다,,
나의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렇다면 난 다른 것을 사 가야지!
하고 다시 일어나 다른 추석선물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렇게 현대백화점에 무엇을 파는지 뒤져보던 중
소고기 세트들이 내 눈앞을 가리지 않던가!
그래서 아 고기
고기!!
라고 생각이 든 나는 부산에서 울산까지 갈 때
내 짐도 많기 때문에
집 옆의 고깃집들을 물색한 뒤 거기서
소고기 같은 것을 사가자! 하고
대강 넉넉히 15만 원 정도를 예산으로 잡았다.
집에 가는 길에 시장을 지나는데 한 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에 뭔가 보니
고기를 파는 집이었고 마침 LA갈비를
조금 세일하여 11~13만 원짜리를 8만 원 후반대에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옛날에 가족끼리 LA갈비를 맛있게 먹었던
추억을 회상하며
"그래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든 나는 살짝 깐깐한 척을 하며
고기를 골랐고
(시장에선 깐깐한 척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음)
친절하신 가게 사장님께서는 옆에 사은품으로
미리 쌓아둔 것처럼 놓아둔 계란도 한 판
서비스로 주셨다.
덕분에 나의 양손에는 케이크와(학교 선배들이 만들어 준)
계란 한 판, LA갈비로 가득 찼다.
이게 사진으로 보면 조금 덜한데
진짜 실제로 보면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숙모네도 들고 가라고 해서
반씩 나누었는데도 많아 며칠간 맛있게 먹었다
(둘 다 식구가 얼마 안 됨)
그렇게 오랜만에 집에 와서 한량 같은
금쪽같은 시간을 보낸 난 갑자기
대구에서 추석을 보내고 있을 아빠가 생각났다.
요 며칠 아빠는 은근슬쩍 대구에 내려오라는
무언의 압박 아닌 압박으로 전화를 자주 했다.
웬일로 전화했냐 물어도 그냥 했다는 말만 하였고
평소엔 안 그러면서 요즘 자주 이러는 걸로 봐선
추석인데 왔으면 좋겠다는 걸로 보였다.
(경상도 부녀의 전화는 늘 용건만 딱 말하고 엔간하면 30초 안에 전화가 끝난다.)
그런 아빠의 뜻을 받아들여 나는 대구에 가기로 결심하였고
하룻밤을 잔 뒤 새벽 일찍 태화강의 버스 타는 곳으로 향했다.
쌀쌀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태화강의
서대구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저곳에서 표를 사고 서대구가 적힌
버스를 타서 기사님께 표를 드리고 앉으면 되는데
이럴 수가!.!
매표소 안에 표 파시는 분께서 안 계시는 것이 아닌가!
기사님께 사정을 말했더니
"아~ 그럼 신복로터리 가서 잠시 내려서 사요~"
라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신복로터리에 버스가 도착했을 때 잠시 내려서
빠르게 표를 산 뒤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내 이름은 고난, 시련이죠.
를 매우 간단하게 넘긴 나는
무사히 대구 서부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아빠를 기다렸다.
그 후 큰집으로 향했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매우 어색했고 열심히 인사만 드렸다.
많이 어색했던 나는 아빠 발만 계속해서
사뿐히 즈려 밟아주었고
아빠에게 발 밟는 것을 사진 찍는 것을 들킨 후로는
반격을 받았다.
우리 부녀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어색할 때는 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농담)
하,, 큰집에는 치와와 두 마리가 있었는데
이름은 콩이와 빵이요,, 크기도 콩과 빵만 하다,,
그거 아니..? 온니가.. 너희 보러 대구 왔다.. ⭐
(아빠에게 강아지 보러 대구 왔다는 말 했다가 그게 말이 되냐면서 머리를 한 대 맞았다. 아 물론 아빠는 웃으면서 때림)
사람들만 맛있는 거 먹어서 슬픈 갱얼G,,
그렇게 강아지들과 조금 시간을 보낸 후
아빠 집으로 가서 제사를 지내고 조금 쉬다가
울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저녁이 되니 아침의 맑은 하늘은 사라지고
몽글한 저녁노을이 나를 반겼다.
분명 아침에 본 장소와 똑같은 장소였지만
사뭇 달라진 하늘이 다른 공간인 것 마냥 분위기를 자아냈다.
태화강과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에
조금 지친 설설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저녁 준비를 했다.
숙모네 집에 나눠주고 남은 고기로 뭘 할까 생각했는데
역시 갈비는 갈비양념이 최고지!
엄마가 사온 갈비양념으로 대강 양념을 만들었다.
백설의 소갈비 양념을 넣고 물을 적당히 넣은 뒤
양파 하나, 배 반개, 매실액을 조금 넣어 달달한 갈비양념을 만들었다.
갈비를 잠시 동안 재어놓은 뒤 구워 먹었는데
나의 첫 추석선물로 가족들이 함께
오랜만에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니
그 뿌듯함은 어떠한 돈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래도 1억이면 생각 좀 해볼게요)
그렇게 집에서 편안한 추석을 보낸 나는
오늘 비로소 다시 나의 자취방으로 돌아왔고
가기 전에 어질러 놓았던 집을 치웠다.
오랜만에 추석을 통해 가족들을 만나고 나니
외동인 나에겐 의외로 가족들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외동의 입장으로선 남매나 형제자매가 없다 보니
엄마, 아빠까지 떠나고 나면 가족이라곤 나 혼자 남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아무리 친구가 있다곤 하여도
그들도 그들 각자의 인생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결혼에 대해 갈망이 없던 나도
외동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난 뒤에는
한 번쯤 다시 삶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고
이러한 명절 때 가족들을 찾아뵈어
당장에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명절 잔소리가 싫다는 사람도 있고
왔다 갔다 시간 낭비와 몸이 힘들다는 사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이 또한 '그래 그땐 그랬지'
하며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제사 같은 문화는 누가 만든 거냐며 힘들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러한 문화가 그동안 못 보고 살았던 가족들을 모아주는
흔히들 말하곤 하는 '정'인 것 같다.
밥상에서 나누던 대화들이 후에 나에게
추억으로 남는다면 나는 가히
그에 상응하는 나의 시간과 피로를 지불할 수 있다.
모두에게 이러한 명절이 좋은 시간이 됐다면 좋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남포동 <베이킹 프라자> 홈베이킹 재료 사는 곳 + 영업시간 (0) | 2020.10.26 |
---|---|
쿠팡 생활용품 배송 (feat. 택배 분리수거) (2) | 2020.10.13 |
12세 이상 관람 영화 <담보> 후기 (스포 X, 쿠키영상 O) (0) | 2020.10.01 |
자취방 원룸 가구 공짜로 얻기 (feat. 좋은 집주인님) (0) | 2020.09.27 |
친구의 성인이 되고 난 후 첫 20살 생일 맞아주기 (+20살 생일선물) (0) | 2020.09.20 |